시외버스터미널은 늘 떠나기 전 잠시 머무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기다리는 그 시간조차 여행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터미널 주변을 조금 돌아봤다.
도착지는 충북 제천.
서울에서 2시간 남짓, 가까운 듯 먼 도시.
터미널 앞 사거리, 편의점 뒤쪽 골목으로 몇 걸음 걸으니
간판이 조용한 카페 하나가 보인다.
골목 끝, 동네 사람들만 아는 조용한 카페
문을 열자 나무 냄새와 커피향이 동시에 반긴다.
1인용 좌석이 창가에 길게 놓여 있고, 조명은 낮지만 따뜻하다.
손님은 나까지 두 명.
주인분은 작은 인사만 건네고 다시 커피를 내린다.
말이 필요 없는 공간이구나 싶었다.
나는 아이스라떼를 시키고, 창가 자리에 앉았다.
창문 너머로 터미널의 버스들이 보이고,
골목을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아이들도 보인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여행의 공백, 그 시간을 채우는 법
사실 우리는 여행지에서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 바쁘다.
유명한 맛집, 뷰 맛집 카페, 인증샷 포인트.
하지만 터미널 옆 이런 카페는
그 틈새를 채워주는 공간 같다.
“뭘 해야 하지?” 라는 생각 없이 그냥 앉아 있어도 괜찮은 곳.
책을 꺼내들까 하다가 그냥 휴대폰 메모장을 열었다.
오늘 있었던 일, 지금 보고 있는 풍경,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을 글을 조용히 적었다.
그 시간이 어쩐지 나를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
잠깐 머물렀지만, 오래 기억날 장소
버스 시간이 가까워져 다시 터미널로 향했다.
카페를 나올 땐 “다음에 또 올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럴 확률은 적지만,
그 순간의 고요함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터미널 근처라고 해서 다 시끌벅적한 건 아니었다.
소도시, 골목, 카페.
그 세 단어가 만들어준 짧지만 고요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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